단막극 제작기 22 - 절룩거리네, 가창곡들 (머리 심는 날) 제작기


- 음악

 

1. 절룩거리네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1>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 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가수 이진원 씨.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란 이름의 1인 밴드로 절룩거리네’, ‘쓰끼다시 내 인생등의 노래를 불렀다. EBS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셨던 백경석PD는 사석에서 내게 달빛요정에 대해 절창이죠라고 표현했다. 창법이 세련됐다거나 혹은 거칠다거나 하는 말로 표현되는 목소리가 아니다. 씩씩하게 후벼판다고 할까. 청춘에 대한 노래는 많지만 절룩거리네가 내게 주는 감성은 독보적인 것이었다. 특히 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신에 대한 실망, 그러면서도 이를 악 무는 느낌.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담긴 이 노래를 인범이 시술하러 가는 절실함과 우스꽝스러움, 혹은 귀여움 위에 얹어주고 싶었다.

 

방송에서 음원을 사용하는 일은 원래 간단하다. 저작권이 협회 단위에서 해결되어 있어서 해외 판매가 아니라면 쓰는 일에 문제가 없다. 없어야 했다....... 그런데 이 노래는 방송 금지곡이었다. ? 도대체 무엇 때문에?

 

<2>

허구헌 날 사랑 타령 나잇값도 못하는 게

골방 속에 처박혀 뚱땅땅 빠라빠빠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 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 게 다 절룩거리네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 코리아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이십승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 절룩거리네.

 

바로 저 대목이었다. ‘발모가지 손모가지’. 이 가사의 방송 금지가 적절한가에 대한 여부는 내 몫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건 이 노래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규정을 알아보았다. 방송 금지가 되었다면 원곡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하여 리메이크해서 부르면 방송이 가능하다. 다만 이진원 씨는 2010년 뇌출혈로 돌아가셨기에 저작권을 승계하는 가족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나는 달빛요정의 동생 분 연락처를 구해 연락을 드렸다. 동생 분은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셨다. 먼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오라버니의 목소리를 대신함으로써 노래의 질감이 바뀔 것에 대한 우려, 그리고 가사 수정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었다. 생전에 고인이 가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기에 가사를 손대지 않았으면 하셨다. 리메이크 곡을 만드는 데에는 인격권이라는 것이 있어 동의 절차를 제대로 통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취지와 드라마 내용을 설명하고 노래의 힘을 최대한 원곡답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하는 데에는 사실 드라마가 진지한 드라마면 더 이야기하기 좋다. 그런데 오라버니의 죽음과 리메이크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러니까 주인공이 탈모 취업 준비생인데요...’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니 참 서로 머쓱했다. ‘그리고 머리를 심으러 달려 가는데 이 노래가 나오는 겁니다...’ 이 문장을 발음할 때 가장 긴장했다. 바로 거절 당할까봐. 그리고 주절주절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른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연이 교차 편집 되어 어쩌구...’

 

사실 유족이라면 고인이 된 예술가의 노래에 대해 엄정한 법적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제작에 쫓겨 있었고, 단막극 방송에서 리메이크 곡을 만들어 그 권리를 드릴 수 있는지 별다른 지식이 없었다. 동생 분은 드라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해주셨고, 나의 무지도 이해해 주셨다. 오라버니의 노래를 크게 변질시키지 않는 선에서 사용해도 된다고 말씀하시며 드라마를 응원하셨다.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손모가지 발모가지부분을 바꾼 가사는 이러했다.

 

숨차도록 뛰어 봐도 똑같은 그 자리

목 쉬도록 외쳐 봐도 아무도 못 들어

 

나름 원곡의 주제와 톤을 해치지 않으면서 튀지 않고, 그러면서 운이 맞게 노래의 절정부를 표현하는 가사를 쓰려고 고심한 결과다. 그러나 아무래도 원곡 가사의 생뚱맞으면서도 절실한 강렬함과는 비교할 수 없다. 원곡의 가사가 저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진원 씨는 열성 야구팬었다고 한다. 저 가사에는 스포츠 팬이 가지는 열광과 자조가 잘 녹아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정직한 몸뚱아리와 눈부신 플레이, 그걸 알아 볼 줄 알고 열광하는 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과는 관련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자조. 거기에 과감한 신체 훼손의 섬뜩함. 하지만 쓸 쑤 없는 건 쓸 수 없는 것. 착하게 바꾼 가사로 리메이크를 진행했다.

 

리메이크 가수는 음악감독 이필호 감독님이 섭외해서 진행해주셨다. ‘박지라는 가수였는데, 원곡 훼손에 대한 부담 때문에 나는 꼭 원곡처럼 불러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곧 첫 녹음 완성본이 도착했다. 과연 달빛요정처럼 부르려고 노력한 느낌은 났다. 그런데 이건 가수의 노래라기보다 어설픈 모창처럼 들렸다. 가창자가 가사의 내용을 자기 답게 전달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원곡의 정서를 살리되 자기 답게 불러달라고 다시 부탁했다. 음색이나 창법이 워낙 달라 원곡과는 다르게 좀 부드러운 느낌의 노래가 완성되었다.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왜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절망감을 표현했던 것일까. 얼마나 분하고 외로웠을까. 달빛요정 1집에서 가장 사랑 받았던 절룩거리네스끼다시 내 인생은 각각 장애인 비하’, ‘일본어 사용등을 이유로 방송 금지 처분 되었다. 당시는 2004. 그 두 곡의 방송활동이 가능했다면 이진원 씨의 삶도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았을까. 뇌출혈로 요절에 이르게 되었던 운명이 달라질 수는 있지 않았을까. 굳이 금지곡이 되었어야만 할까. 자신을 튕겨내는 세상과 있는 힘껏 자조하는 영혼,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삶에 대한 열정.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 가사였는데.

 

이 드라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시퀀스다. 아버지를 신고하고만 기호의 슬픈 표정. 어머니가 일하는 집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기호, ‘무능하고 비열한자신을 받아들이며 이게 맞는지 어떤 건지 모른 채 머리를 심으러 달려가는 인범, 그리고 마지막에 환상 속 화원과 기호의 눈빛을 피하는 엉망이 된 표정까지.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엔 모내기 인서트가 웃겼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 시퀀스가 웃기지만 슬펐다. 아니 웃겨서 슬펐다. 내 웃픈 마음을 한껏 담은 시퀀스다.

 

원곡을 꼭 쓰고 싶었다. 방송 규정상 쓰지 못해서 무척 아쉽다. 대신 <머리 심는 날> 만의 <절룩거리네>가 생겼다. 이 곡을 통해 원곡을 알게 되고 즐겨듣는 분이 더 많이 생긴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의미 있을 것이다.

 


2.
세상만사 송골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로 살아가오

 

돈 날리는 시퀀스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다가 아내 박수정PD의 추천으로 들었다.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경쾌하게 위로를 전해주는 신나는 노래.

 

3. 유예 9와 숫자들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잔물결에도 흔들리는

험한 산중 바위들처럼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

 

좋아하는 밴드 '9와 숫자들'의 2집 표제곡. 역시 예전에 아내의 추천으로 알게 된 밴드다. 윤성호 감독도 웹드라마 <썸남썸녀>의 에피 중 하나에 9와 숫자들의 그대만 보였네를 엔딩곡으로 쓰기도 했다. 나는 이 곡, <유예>를 제일 좋아한다. 시를 읊조리는 음유시인처럼 과잉없이 담백하게 흘러나오는 톤이 좋다.

 

바위가 아닌 조약돌이 되고 만 자신을 응시하며 받아들이는.

그것이 청춘의, 혹은 청춘이었던 우리의, 그리고 청춘이 지난 우리가 종종 갖게 되는 태도가 아닐까.



덧글

  • 2015/09/05 17: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9/05 19: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9/05 22: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9/06 07: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9/05 22:3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9/06 00:0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